정보나눔-자유공간

병원 수술실 공기정화설비 땜에 걱정이시라고요?

주홍산 2019. 2. 20. 02:07

요즘 어찌하다 보니, 병원을 찾는 일이 잦아졌습니다.

웬만큼 아프지 않고서는 병원 문턱도 밟기 싫어하던 제가 왜 병원을 그리 자주 찾느냐고요?

(제가 왜 병원가기를 싫어하는지는 뒷부분에서 이야기하겠습니다.)

바로 요즘 의원급 병원 종사자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는 수술실 공기정화설비 때문입니다.


어느덧 4년 전이네요.

당시 보건복지부에서 수술실 공기정화설비 기준을 강화하면서 병원들이 한바탕 홍역을 치렀지요.

규모 있는 종합병원들은 그나마 계제에 수술실 클린룸 설비(급배기, 살균, 여과, 항온항습, 냉난방 등의 복합설비) 등을 갖출 여력이 있었지만, 의원급 병원들은 병원 죄다 문 닫게 생겼다며 거세게 항의했습니다.

결국 보건복지부가 한발 물러나 의원급 병원들에 대해서는 3년 유예를 해주었고, 이후 준비 시간을 더 달라는 업계의 요청을 받아들여 6개월 유예를 더 준 끝에 마침내 작년(2018년) 11월 말 부로 유예기간이 끝났습니다.

의원급 병원들의 발등에 또다시 불이 떨어진 거죠.


일부 여력이 있는 병원들은 부랴부랴 클린룸 설비나 독립공조장치+헤파박스 등의 설비를 갖출 준비를 했으나, 수술실 하나당 최소 수천만원에서 1억원 가까운 비용을 감당하기 힘든 대다수 병원들은 여전히 난감해했습니다.

그 틈을 비집고 조금은 이해하기 힘든 해법들도 등장했습니다.

"환자의 세균 감염을 예방할 수 있는 공기정화장치를 갖추고"라는 법 개정 취지나 "환자의 감염을 방지하기 위하여 먼지와 세균 등이 제거된 청정한 공기를 공급할 수 있는 공기정화설비를 갖추고"라는 수술실의 기본 시설기준은 뒷전으로 밀쳐둔 채, 내부공기순환과 외부공기유입의 기계적 수치만 맞추고 벽이나 바닥의 인테리어 설비에만 치중하는 묘한 '해법사'들이 병원들을 헤집고 다니면서 혼란을 부추긴 거죠.

"감염 예방"이라는 본래의 공기정화설비 기준 강화 목적이 실종되기에 이른 겁니다.


이에는 정부와 보건복지부와 보건소의 무책임도 한몫 했습니다.

해석이 분분할 수밖에 없는 모호한 법규 제정, 두 차례나 유예 기간을 두면서도 분명한 지침을 내리지 못한 무책임, 본래의 기준 강화 목적은 저만치 두고 자잘한 기준 제시에만 골몰하는 근시안적 태도 등등, 세금이 아까운 우리의 '공복'들에서 볼 수 있는 전형적인 모습들이 여기서도 똑같이 연출되고 있는 거죠.

그러니 유예기간 종료 후 석달이 다 되도록 책임있는 기관의 지도감독 행위를 찾아볼 수 없는 건 당연지사고요.


그렇다고 손 놓고 있는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건 전혀 아니죠.

결국 손해 보는 건 시한 지키지 못한 병원일 테고, 무엇보다도 설비기준 강화 목적이 감염에 취약한 환자들과 병원 종사자들의 안전을 지키자는 거니까요.


퓨어시스의 이천 파티마 병원 공기정화설비 시공 현장


문제가 복잡해 보일 때는 처음, 초심을 돌아보라고 하죠.

사실 답은 간단합니다.

수술실 공기정화설비 기준 강화의 목적은 "감염 예방"이고 그 핵심 내용은 살균과 내외부 공기순환입니다.

여유 있는 곳은 한 차원 높은 클린룸 설비나 수술실 독립공조장치+헤파박스+공기살균기 등의 설비를 갖추는 거고, 그러지 못한 곳은 "감염 예방"을 위한 기본 장비들을 두루 갖추는 겁니다.


구체적인 내용이 궁금하신 분들은 앞의 글, 다음 링크 클릭 !


puresys.tistory.com/26


오늘은 거기에 보태서 병원의 공기질 이야기를 좀더 해보겠습니다.


사실 제가 병원에 가기 싫어하는 건 자연치유력에 대한 기본적인 믿음이 1차 이유지만, 부차적으로는 병원의 탁한 공기와 역한 냄새 때문입니다.

소소한 병 고치러 깄다가 큰 병 얻어 나올 것 같다는 느낌이랄까.

그런 환경에서 장기 입원해 있는 환자들이 애처롭고, 평생을 그런 속에서 일하며 살아가는 의료계 종사자들이 존경스럽기까지 합니다.


일년 전에는 썩 유쾌하지 못한 경험도 했습니다.

제가 사는 고양시의 모 병원에 건강진단을 받으러 갔다가 위내시경 검사를 하던 중 출혈이 생겨 고생을 좀 했습니다.

상태가 심하지 않아 하루 만에 상처는 아물었지만, 저더러 추가진료비를 부담하라더군요.

저는 건강진단 받으러 왔다가 덤으로 고생까지 했는데 무슨 소리냐며 진료비 부담을 거부했습니다.

병원 측에서는 저한테 원래 문제가 있었다고 주장했지만, 제 생각은 달랐습니다.

진료 환경이 너무 열악했거든요.

북적거리는 도살장에서 도살 대기하는 끌려온 소 같은 분위기, 숨쉬기가 불편할 정도로 탁하고 역한 공기질, 케어를 받는다는 느낌은 전혀 주지 않는, 턱 보아도 손이 절대 부족한 바쁜 종사자들..., 이런 환경 속에서는 없던 병도 생기겠더군요.

상황은 흐지부지 종료(?)됐지만, 전 다시는 위 내시경 검사 같은 거 안 하겠고, 되도록 병원 출입을 삼가야겠다는 결심을 다시 한번 굳히는 계기가 됐습니다.


제가 이 소소한 경험을 꺼내놓는 건 병원의 공기질 심각하다는 겁니다.

때가 때니만큼 수술실 공기정화설비에 초점을 맞추어 이야기했지만, 사실 수술실만이 아니죠.

수술실, 회복실, 응급실, 중환자실, 집중치료실, 신생아실, 분만실, 진료실, 입원실, 대기실 할 것 없이, 병원 곳곳은 건강취약계층이 가장 많이 왕래하거나 상주하는 곳인데, 어찌 이런 상태로 줄곧 방치되는지 모르겠습니다.

병원은 의약품과 치료과정에서 나오는 유해물질과 역한 냄새가 사시사철 진동하는 곳이기도 한데 말입니다.

시설 좋다는 병원도 몇몇 위험장소 빼고는 기본적인 공조장치 외에 감염 예방과는 상관없는 일반 공기청정기나 몇대 들여놓고 손 놓고 있는 정도니...


그런 가운데, 얼마 전 100병상 이상의 중대형 병원에 또 한 차례 비상경보가 발동됐습니다.

미세먼지 대책 강화의 일환으로, 다중이용시설인 병원의 공기질 유지 및 권고 기준이 상향된 거죠.

올해(2019년) 7월 1일부터, 의료기관과 산후조리원, 노인요양시설 등은 미세먼지(PM10) 75, 초미세먼지(PM2.5) 35, 폼알데하이드 80의 유지기준을 지켜야 합니다.

알만한 분들은 아실테니, 복잡한 단위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겠습니다.

지원도 없이 규제만 강화하면 어떻게 병원 운영하냐는 병원 측의 항변 물론 일리 있지만, 글쎄요, 제 생각은 조금 다릅니다.

건강취약계층이 무시로 드나드는 병원은 여타 다중이용시설보다 총부유세균이나 휘발성 유기화합물의 유지/권고기준 등 시설 기준을 좀더 강화해야 원래의 입법 취지를 달성할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공기질에 관한 한 지금까지 입법 준사각지대로 방치돼왔지만, 그럼에도 병원은 자신이 속한 사회 성원들의 생명을 지켜내야 하는 곳이니까요.


병원은 사실상 '공공재'이자 '공적기관'입니다.

대다수 병원이 사립이어서 영리를 따지지 않을 수 없겠지만, 그래도 공적 성격을 띠고 있는 한 일정한 기준은 지켜야 합니다.

우선은 국공립 병원부터 공기질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합니다.

초미세먼지, 세균과 바이러스 제거 등 감염 예방 기능과 유해물질 제거 기능이 뛰어난 공기정화설비 곳곳에 제대로 갖추어야 합니다.

잘 나가는 사립병원들은 공적 책임을 다하도록 주의 깊게 관리감독해야 합니다.

힘겨운 병원들은 공적 지원을 통해서라도 공기질 개선할 수 있게 도와주어야 합니다.


병원은 아픈 사람들이 찾아와 치료받고 건강해져서 돌아가야 하는 곳입니다.

병원이 병 고치는 곳이 아니라 병 얻어서 오는 곳이라는 '억울한' 오명을 하루 빨리 벗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문의 : 010-3802-5694(퓨어시스 수도권본부)